(경고: 본 포스트는 영화에 관한 누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국내 포스터
파라노말 액티비티, 우리나라 말로는 '초자연적 현상' 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세계 영화계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가 판권을 구입하여 마지막 10분을 재촬영해 개봉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영화다. 그로 인해, 위의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의 네임벨류를 빌어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아주 큰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은 2007년 오렌 펠리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단돈 만오천불(한화 약 2천만원)이라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주연 배우 역시 신인급으로, 케이티 페더스톤(케이티 역)과 미카 슬롯(미카 역)이 괴이한 현상을 겪는 주인공 커플을 맡았다. 저예산 영화답게 출연 배우라고 해봐야 주인공 커플과 여 주인공의 친구, 그리고 심령 학자 이렇게 총 4명 뿐이며, 촬영 장소는 오로지 주인공 커플이 기거하는 2층짜리 집 내부 단 한 군데이고 촬영 장비 역시 단촐(?)하여 극중 주인공 남자가 구입한 광각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와 앵글이 전부다. 물론 실제 촬영 장비는 더 있었겠지만 말이다. 저예산 영화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큰 여운을 남겼던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가 떠오르는데, 맨 프럼 어스 쪽이 출연 배우 수는 좀 더 많지만 집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쪽이 더 좋다. 뭐 어느 쪽이든 저예산, 적은 출연 배우 수, 단일 장소에도 불구하고 나름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영화의 주제는 '폴터가이스트'라고 부르는 심령 현상이다. 이 영화에 관한 어떤 뉴스나 감상평에서도 직접적으로 폴터가이스트라는 용어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심령 현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내내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그 미스터리한 현상이 바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란 무엇인가. 한국어 위키피디아1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 용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폴터가이스트(독일어: Poltergeist)는 악취와 소음이 나며, 물건들이 날아다니는 등의 괴현상을 말한다.혹은, 요정들의 장난이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귀신 혹은 유령들의 행위라고 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직접적으로 다룬 동명의 영화가 1982, 1986, 1988년에 시리즈로 제작되었던 적이 있고 각종 공포 소설이나 무서운 이야기 등에 종종 등장하고 있는, 말하자면 흔한(?) 심령 현상이다. 본작에서는 한 심령 학자(퇴마사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정확히는 심령 학자가 맞는 것 같다)가 등장하여 주인공 커플을 괴롭히는 괴현상이 '악마'의 짓인 것 같다고 말해 준다. 이 심령 학자는 주인공 커플을 도와 주기 위해 두번째로 집을 방문했을 때, 자신이 악마의 화를 돋구었다는 이유로 그대로 나가 버린다.
여 주인공인 케이티는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따라 다녔던 악마가 자신의 남자 친구인 미카의 집에까지 따라왔다며 불안해 하고, 미카는 그런 케이티를 보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싼 돈을 들여 카메라와 광각 렌즈를 구입하여 24시간 실시간 촬영을 시도한다. 케이티는 그것이 악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거라며 미카를 말리지만 미카는 막무가내다. 밤마다 자신의 침실을 방문하는 불청객의 존재를 밝혀 내기 위해 바닥에 밀가루 등을 뿌리는 등 호기롭게 나서던 미카는 그러나 극 후반으로 가면서 케이티의 이상 행동(몽유병 증세와 유사한)과 점점 더 심해지는 괴현상에 조금씩 불안해져 간다.
이 영화는 마지막을 위해 존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광고하는 그대로 마지막 10분을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초중반에는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괴현상이 밤마다 벌어지는 상황을 보여주며, 점점 더 불안에 휩싸여 가는 케이티와 그런 여자 친구를 보며 보이지 않는 정체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맞서는 미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미카의 대응은 점점 더 악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결국 영화의 마지막 남은 10분에, 감독은 서서히 관객들의 심장을 조이던 손을 확 움켜쥐어, 관객들을 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러한 장면 장면들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함으로써, 감독은 관객들이 상황에 더욱 몰입하도록 하며, 더욱이 영화 시작에 '파라마운트 사는 이 필름을 제공해준 모모에게 감사한다'는 발칙한(?)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마치 지금 보고 있는 영화가 실제로 미카에 의해 촬영된 홈 비디오 필름이라고 착각하게끔 만든다. 실제로 같이 관람했던 후배 한 명은 나에게 '이거 실제죠?'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이게 실제 촬영본이라면 극장에 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영화적 장치들과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이라는 요새 잘 나가는(?) 촬영 기법으로 관객들의 몰임감을 극대화 했음은 물론이고, 침실 촬영 컷에서 나오는 하단의 시간 표시 역시 관객의 긴장감을 크게 고조시킨다. 특히, 케이티가 몽유병처럼 자다가 일어나 선 상태로 한참 동안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여준 연출은, 비록 화면의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관객들의 심장을 조여오는 가장 극적인 연출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촬영 기법을 매우 싫어한다. 극의 몰입감을 증대시켜 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너무 어지럽고 심지어 멀미가 날 것 같은 적도 있다. 클로버 필드(Cloverfield, 2008)는 그래서 보지 않았고, 디스트릭트 9(District 9, 2009)은 보다가 중간중간 눈을 감거나 화면의 귀퉁이를 쳐다 봐야 했다. 물론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이 아니라 정상적인 촬영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연출력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아무튼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재촬영한 마지막 10분에 극중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르게 되고, 조마조마해 하던 관객은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펄쩍 뛰며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엔딩 크레딧과 엔딩 음악도 나오지 않은 채, 마치 실제 홈 비디오 촬영 필름인 양 그대로 암전되어 버리고, 들리는 건 관객들의 흥분된 숨소리가 낮은 목소리 뿐이다. 미국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때, 영화가 끝나고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관객들이 극장문을 나설 때까지 그 누구도 웃지 않았다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저예산 영화에, 감독의 데뷔 작품으로서, 매니아(?)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럭저럭'인 영화이기도 하다. 미스터리 공포 영화이면서, 오컬트 적인 이 영화는 독특한 촬영 기법과 공포를 이끌어 내는 훌륭한 연출력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오컬트 영화로 꼽히는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나 오멘(The Omen, 1976)의 포스에는 사실 많이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영화 초중반에 극의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 올리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이러한 연출은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에 한 방(또는 두 방)이 크긴 하지만 그게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위에서도 썼지만, 이 영화는 이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존재한다. 공포 영화고 영화 내에 악마가 언급되지만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는 어떤 기괴한 모습의 악마도 나오지 않고, 잔인한 장면도 없다. 이런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 없이 큰 공포심을 이끌어 낸 감독에게는 찬사를 보내지만, 어떤 면에 있어서는 부족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나처럼 이런 오컬트 류(?)를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해 온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끝나고 나면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물론 밀폐된 공간 안에 혼자서 눈을 감고 영화의 무서웠던 장면들을 떠올리면 잠시 오싹해지기도 하지만 감흥이 길게 남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가 순수함(?)을 잃을 걸 수도 있다. 순수하게 공포 영화를 즐기고 깜짝 놀랄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 것 같아 한 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든다.
어쨌건 이 영화는 나와 같은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감독에게는 데뷔작이자 제작비의 7000배를 상회하는 돈을 벌어들인 작품으로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물론 이번에 흥행한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판권을 사들여 그의 손을 거쳐 개봉한 것이므로, 원작의 감독에게는 얼마의 수익이 돌아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2007년에 세상에 공개되어, 2009년 비로소 빛을 본 이 영화는, 감독의 데뷔작다운 부족한 점들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공포 영화계에 웰 메이드 영화로서, 그리고 초자연적(?)인 대박 영화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듯 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 참고 링크 **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073
- http://blog.naver.com/ziniboss?Redirect=Log&logNo=90078776062
- http://www.cyworld.com/comether_/3262834
- http://peopleit.net/307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67
-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449541
-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1001210264
- http://sports.chosun.com/news/ntype2.htm?ut=1&name=/news/entertainment/201001/20100119/a1s77141.htm
- http://www.dipts.com/news/index.html?mode=view&cate1_id=15&cate2_id=127&number=19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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